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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없고 뵐낯이 없어 우울한명절 나홀로족..
제목 돈도없고 뵐낯이 없어 우울한명절 나홀로족..
작성자 관리자 (ip:)
  • 작성일 2008-09-11 09: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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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늘 설렘과 반가움이 교차하던 명절. 풍성한 음식상에 둘러앉아 가족 친지들과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 깊어가는 줄 몰랐던 명절 풍경이 바뀌고 있다.

송편 대신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한산한 도심에서 홀로 명절을 보내는 것에 익숙한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취업난과 경기침체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쓸쓸히 명절을 보내야하는 무직자들, 일용직 노동자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빈 손으로 내려갈 수도 없고…' 고향방문은 마음만


지난 9일 새벽 4시.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인력시장에 새벽어둠을 뚫고 까맣게 그을린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철근이나 시멘트를 전문으로 다루는 건설 노동자들이 하루 일거리를 얻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다.

순식간에 오십여 명으로 불어난 노동자들 가운데는 '운 좋게' 경기도 일대 건설현장으로 품팔이를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기다린 보람도 없이 그냥 집으로 되돌아가는 '운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계속되는 건설 경기 침체로 갈수록 이렇게 허탕을 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 나주가 고향이라는 철근공 정모(52) 씨는 추석이 가까워 오면서 마음이 더욱 무겁다고 했다. 건설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정 씨는 혼자 지내는 추석이 이미 익숙하다고 말했다.

"고향에 있는 아내와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내려갈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추석 때는 일이 없어 혼자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지낼 것 같아요. 일 년 중 이맘때가 가장 힘들고 외롭습니다"
고향을 가슴에 묻고 지낸 지 오래라던 그의 눈에는 그러나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경상북도 청도군이 고향인 김모(54) 씨 역시 서울에 남기로 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10년 동안 임금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어요. 넉넉하게 선물을 챙겨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그 돈이면 한 달 생활비라 그냥 있기로 했습니다. 살기가 너무 팍팍해요"
새벽 인력시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새 정부 들어서 건설경기가 살아날 것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체감 경기는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추석을 앞두고 일거리가 조금 늘었지만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다시 일거리가 끊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들, 학원 특강 들으며 끼니는 라면으로
이날 오후 고시원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도 싸늘함이 느껴졌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해 같은 달 29만 3천 명의 절반 수준인 15만 9천 명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많은 고시생들,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공무원, 공기업 직원 모집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사들도 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날도 취업 준비생들은 좁은 쪽방 고시원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었다. 취업난과 생활비에 쪼들리는 이들에게 풍성한 한가위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경찰 공무원직을 준비하고 있는 이동우(가명 29) 씨 역시 ‘나홀로족’이다. 경북 구미가 고향이라는 이 씨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고시원에 남아 혼자 명절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가족들과 친지들 볼 면목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 씨는 “어렸을 때 추석을 생각하면 사람들과 부대끼며 설레고 풍요로운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처지 때문인지 다가오는 명절이 답답하고 외롭기만 하다” 고 말했다.

이 씨 같은 나홀로족들을 위해서 노량진가의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추석 특별강의를 열고 있다. 이 씨는 추석날 오전부터 영어 특강수업을 듣고,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예정이다.

검찰 사무직을 4년째 준비한다는 김모(32) 씨는 “그저 조용한 일요일 같을 뿐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량진에 있는 동안 나에게 명절은 의미가 없다”며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량진 고시촌에 명절 나홀로족이 늘면서 추석 연휴에도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음식점이나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수임(55) 씨는 “평소보다 매출이 20% 정도 늘어 추석날에도 장사를 할 것”이라며 때아닌 명절 특수를 기대하고 있었다.

관악구 봉천동의 한 음식점도 “벌써부터 추석 연휴에도 장사를 하는지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며 “혼자 식사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 이번 연휴에는 오전에 차례만 지낸 뒤 바로 나와 장사를 계속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취업난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면목’이 없어 가족과 고향을 등진 사람들에 ‘돈’이 없어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들까지 가세하면서 북적북적 대던 추석이 쓸쓸하고 황량한 명절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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